[동계장박 12년차] 장박캠핑의 모든 것 - 6. 장박텐트 무너짐 편
이번주엔 캠핑장에 비와 눈이 섞여서 오는 습설이 내린 후 날씨가 영하 13도까지 떨어지는 바람에 장박텐트들이 애를 먹었다. 무너진 텐트들도 몇 있었는데 오늘은 장박텐트가 무너지거나 손상되는 경우 및 예방법 등에 대해 얘기하려 한다.
[동계장박 12년차] 장박캠핑의 모든 것 - 6. 장박텐트 무너짐 편
1. 장박캠핑시 텐트 손상
장박 텐트가 입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손상들
장박은 단발 캠핑과 다르게 짧게는 1개월부터 길게는 5개월까지 텐트가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박에 적합하지 않은 텐트나 텐트를 엉성하게 피칭해 놓으면 무너짐 등의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또한 매주 오더라도 주중에 일어난 사고는 텐트 주인의 사정에 따라 주말까지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리 잘 대비해 놓지 않으면 텐트 및 장비 손상이 만만치 않다.
장박 시즌은 보통 10월말~3월말 인데 장박텐트가 무너지거나 갖가지 대미지를 입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1-1. 폭우와 강풍으로 인한 플라이 벗겨짐, 누수, 곰팡이
눈이 내리기 전까지 비가 오는 날들이 있는데 폭우만 내리는 날도 있고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는 날도 있다.
모든 텐트의 소재는 내수압이라는게 있는데 텐트 천위로 물이 올라왔을 때 얼만큼 버틸 수 있는지를 측정한 값이다.
폴리텐트의 경우 새 텐트라면 비가 새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장박을 몇 년 거친 텐트일 경우 텐트가 직사광선에 삭아 약해져 있는 상태에서 폭우가 쏟아지면 빗방울이 맺히고 비가 샐 수 있다.
또 강풍을 동반한 폭우의 경우 지퍼나 심실링을 통해 비가 유입돼 텐트 안으로 비가 스며들거나 물이 고일 수 있다.
플라이를 엉성하게 쳐 놨을 경우 팩을 엉성하게 받아놓았을 경우 비가 내리는 시즌은 땅이 아직 얼어있지 않기 때문에 강풍이 텐트와 플라이 사이를 세게 몇 번 치면 팩이 빠지면서 플라이가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플라이가 벗겨진 상태나 아니면 처음부터 플라이를 안친 상태에서 폭우를 맞거나 비가 이틀 연속 계속 오거나 하면 텐트에 비가 샐 수 있는데 사람이 있는 경우라면 모르지만 주중에 사람이 없을때 그렇게 된다면 텐트 안으로 빗물이 고여 러그나 이너 텐트에 곰팡이가 날 수도 있고 장비에 물이 들어가 망가질 수도 있다.
면텐트의 경우엔 처음 시즈닝이란 작업을 거치는데 그게 뭐냐면 비를 살짝 맞히거나 물을 한번 뿌려 적신 후 말리는 과정을 통해 면텐트의 조직을 메우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면이라 하더라도 비가 새지 않는데, 그래도 플라이를 씌우는게 안전하다.
그리고 몇몇 중국공장의 경우 비를 안새게 하기 위해 면텐트에 과도한 코팅을 씌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문제는 겨울에 결로가 너무 심해 텐트 안이 결로로 홍수가 난다는 것이다. (이건 나중에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다.)
암튼 면텐트도 시즈닝을 거쳤더라도 플라이를 잘 씌워 비와 눈에 대비해야 한다.
1-2. 습설로 인한 텐트 무너짐
습설이 뭐냐면 비가 섞인 눈을 말한다.
장박 텐트에 가장 무서운 적이 바로 습설이다.
이번 주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처음엔 비가 오다가 눈으로 바뀌며 영하 10도 이상 내려가면 비와 눈이 섞여 무겁고 단단해진 얼음눈이 텐트에 달라붙어 잘 녹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고 쌓이게 된다.
예전에 어느 신입생환영회에서 체육관 천장이 눈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대참사가 벌어진 일 기억하실지 모르겠다.
(지금 찾아보니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천장 붕괴사고다. 부산외대 10분이 돌아가심...)
얼음눈이 쌓이면 그 무게는 어마어마 하다. (2리터짜리 생수 6개 묶음 들어봐라. 물의 무게는 엄청 무겁다..)
텐트에 사람이 있을 때 눈이 내리면 난로의 온기 때문에 눈이 녹아내리지만 이번처럼 주중에 습설이 내리면 무게에 취약한 텐트들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물론 캠핑장에서 기본적으로 관리를 해주지만 정말 폭설이 내릴때는 강풍기로 순서대로 눈을 불어 치워줘도 끝까지 치우면 처음에 치원던 텐트에 다시 눈이 이만큼 쌓여있고 그런 경우도 있다.
또 주인장에서 없을 때 눈이 오거나 이번처럼 무거운 습설이 내린다면 캠핑장에서 다 커버가 안될 수도 있다.
(날씨나 자연현상으로 텐트가 무너지는 건 캠핑장 책임이 아니다. 그저 기본적인 관리만 도와줄 뿐.)
이번주에 무너진 텐트들 중에 대표적으로 에어텐트가 있다.
노르디스크 면텐트가 인기를 얻으면서 비슷한 모양의 텐트들이 출시가 많이 됐는데, 그중 폴대를 에어빔으로 만든 텐트들도 많이 팔렸다. 쉽게 칠 수 있고 감성텐트로 유튜브에 소개도 되고 그러면서 많이들 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에어텐트는 습설에 버티기가 어렵다. ㅠㅠ
장박을 날 수 있는 에어텐트는 옛날 아웃웰 스타일의 터널형 에어텐트 뿐이다.
터널형 구조가 그나마 눈을 버티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다소 허술하게 친 베스티블도 무너졌다.
이 베스티블은 이 벨테트 전용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텐트를 베스티블 용으로 임시 적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다 보니 체결이 허술하고 내부 폴대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무너지고 말았다.
다만 벨텐트 구조는 눈에 강하기에 본체는 무너지지 않았다.
윈드 브레이커 종류들도 강풍에 많이 무너졌다. 이거야 뭐 다시 세우면 되니까.
1-3. 나뭇가지나 바람에 날아온 팩에 찢기는 경우
장박 텐트엔 보통 40cm 이상 팩을 사용해야 하는데 모르고 짧은 팩을 사용한 경우 강풍에 팩이 뽑히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팩이 날아가면서 남의 텐트나 플라이를 찢어놓을 수도 있고 재수 없으면 인명사고가 날 수도 있다.
우리 텐트 플라이도 재작년에 옆에서 날아온 20cm 팩에 찢어진 적이 있다. ㅠㅠ
(범인은.. 그냥 찾지 않았다..)
또 나무 밑에 텐트를 쳤을 경우 강풍에 나뭇가지가 부러지면서 뾰족한 면이 텐트를 손상시킬 수 있다.
죽은 나무 역시 가지가 꺾이면서 플라이를 찢어먹을 수도 있고.
그 외 캠핑장 구조물도 강풍에 날아와 내 텐트를 손상시킬 수 있으니 주변에 바람에 날릴 만한 것이 없는지, 위험요인이 없는지 미리 살피는 것이 좋다.
또 사이트 구획 밖으로 스트링을 쳐서 아이들이 뛰어놀다 스트링에 감겨 넘어진다던지 팩이 빠지면서 2차 사고를 유발한다든지 그런 위험 요소도 사전에 차단하는 게 좋다.
2. 장박에 유리한 텐트들
그렇다면 장박에 유리한 텐트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2-1. 벨텐트, 티피텐트 구조
몽골텐트 비슷하게 생긴 벨텐트나 인디언 텐트로 알려진 티피텐트는 구조상 눈이 잘 미끄러지기 때문에 습설에도 좀처럼 무너지는 일이 없다.
또한 벨텐트나 티피 텐트를 장박으로 피칭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석대로 친다면 팩을 무진장 많이 박아야 한다.
팩을 많이 박는다는 건 그만큼 견고하다는 얘기.
강풍이나 습설에도 끄떡 없다.
또 일체형으로 설치하면 쥐나 고양이 등 야생동물의 습격에도 당할 일이 없다.
장박은 무조건 일체형을 권한다. 쉘터로만 쓴다면 모르지만 취침공간이라면 무조건 일체형.
2-2. 터널형 구조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요즘 텐트로 얘기하자면 레트로스 피아노맨 같은 터널형 구조의 텐트들도 튼튼한 편이다.
캠핑을 하다 보면 텐션의 중요성에 대해 깨닫고 또 깨닫게 되는데 텐트는 짱짱하게 칠수록 비와 바람, 눈에 강하다.
가이라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장박시에는 텐트에 달려있는 모든 부분을 체결하고 모든 부분을 고정시키는 게 좋다.
2-3. 폴대가 튼튼한 리빙쉘텐트
리빙쉘텐트들도 장박에 유리한 편이다.
스노우피크 랜드락이나 콜맨 웨더마스터, 노스피크 등도 피칭만 짱짱하게 잘해 놓으면 안정감이 있다.
다만 저가형 텐트들 중에 폴대가 부실한 텐트들은 리빙쉘이더라도 강풍이나 습설에 폴대가 꺾이고 텐트가 주저앉는 경우가 있으니 장박텐트를 고를 땐 폴대가 튼튼한 텐트인지 설계가 제대로 된 텐트인지 내수압은 어떤지 제품정보와 사용 리뷰를 꼼꼼히 체크하시길 권한다.
2-4. 캠프타운 빅돔류
캠프타운 빅돔은 에베레스트 원정 베이스캠프로 쓰일 만큼 크기와 안정감에서 인정받은 텐트다.
사실 레트로스 허브쉘터 같은 것들의 원형이 빅돔 아니겠는가. (내피셜 ㅎ)
감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듬직한 맛은 일품이다. ㅎㅎ
빅돔이 무너졌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은 레트로스와 캠핑칸에서 나오는 텐트들이 소재도 그렇고 내구성도 좋아 보인다.
3. 장박에 불리한 스타일들
3-1. 박공지붕 스타일의 에어텐트들
특정브랜드를 안 좋게 얘기하는 건 별로여서 브랜드를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오두막(코오롱 오두막 텐트 말고) 스타일의 에어텐트 들은 눈이 오면 많이들 무너진다.
3-2. 타프스크린 류
타프스크린은 아무리 짱짱하게 친다 하더라도 습설이나 강풍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타프스크린으로 장박은 11월, 늦어도 12월까지만 하고 본격적으로 눈이 오는 계절엔 빼는 게 맞는 것 같다.
물론 못하는 건 아니다.
캠핑장 사장님을 너무 힘들게 해서 그렇지...
3-3. 억지로 도킹하는 경우
장박을 하게 되면 항상 공간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러다 보니 간혹 간이 샤워텐트를 베스티블로 사용한다던지 저렴한 텐트를 억지로 도킹용으로 쓰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러다 보면 그 사이가 뜨거나 체결이 허술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혹한기에는 분명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할 것.
3-4. 간이 주차장, 행사용 천막을 사용하는 경우
간혹 대형마트에서 파는 주차용 천막이나 운동회나 지역행사 부스로 사용하는 천막을 장박텐트로 가지고 오는 낭만파들이 있는데 ㅎㅎ 올 때마다 고생이다.
한주 지나가면 어디 망가져 있고 한주 지나가면 어디 찢어져 있고. ㅎㅎ
대충 어떻게 되겠지 이런 마인드로는 즐거워야 할 캠핑이 괴로움과 고생의 연속으로 바뀌게 되니,
잘 생각해 보고 행동에 옮기시길 바란다. ^^
이상으로 장박텐트가 손상되는 경우와 장박에 유리한 텐트, 불리한 텐트에 대해 얘기해 보았다.
장박은 캠핑이지만 현실이고 생활이기도 하다. 또 자연과의 싸움이다.
자연을 이길 순 없고 그저 겸손한 자세로 대비할 뿐이다.
나를 위해 남을 위해 집에 가기 전 한 번씩 내 장박텐트의 팩이 빠지고 있진 않은지, 플라이의 스트링이 허술하진 않은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본격 영하권으로 들어가면 땅이 얼어 팩이 뽑히는 일은 없을 테니 그때까지만 잘 살펴보자.
그럼 돌아오는 주말도 즐거운 장박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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