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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

[동계장박 12년차] 장박캠핑의 모든 것 - 5. 캠핑장 벌레 및 에피소드

by 와이페이모어 2023. 12. 5.

오늘은 그동안 장박 하면서 겪었던 갖가지 사건사고들을 풀어보려 합니다.

기억력이 나쁜 제가 아직까지 기억하는 일이라면 굉장히 인상 깊었던 일일 겁니다.

그럼 그냥 생각나는데로 go-

 

 

 

 

장박_썸네일

 

 

Ep1. '나 목포 춘식이여~' 춘식이 아저씨의 무개념 활극

 

처음에는 카라반이 정말 가뭄에 콩 나듯 캠핑장에 한대 두대 있을까 말까 했는데 언제부턴가 흔해지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우리 텐트와 대각선 자리에도 카라반으로 장박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조그마한 사업을 하는지 캠핑장으로 손님들을 자주 불러 접대도 하고 그런 모양이었다.

 

보통 이런 경우를 막기 위해 캠핑장에서는 정해진 인원 외에는 추가 요금을 받거나 해서 조절을 하고 있는데 사고 치는 사람들의 특징이 또 어떻게든 몰래몰래 들어오기 때문에 사장님은 나중에 알게 되고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

 

또 가장 대책없는게 캠핑에 대해 잘 모르고 그냥 캠핑장에 손님으로 놀러 와서 평소 유원지나 술집에서 하듯 사이트에서 먹고 마시고 떠드는 사람들인데.. 그날이 딱 그 짝이었다..

 

난 시끄러운건 딱 질색이지만 매너타임 이전까지야 뭐 떠들고 놀고 음악 듣고 다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매너타임이 지나도 한참 지났는데.. 벌써 몇 군데서 사장님께 컴플레인 문자가 갔는지 몇 번 올라오시고 주의를 주고 했는데도...

사장님 내려가지면 도로아미타불..

 

이 사이트가 얼마나 무개념이었냐면 벌써 저녁 무렵부터 노래방 마이크를 켜고 돼지 멱을 따지를 않나.. 어디서 도우미를 불러왔는지 다 들리게 애들도 있는데 참 볼썽 사납게.. 

 

"사장님 한잔 받으세요~"  "노래 하나 해봐~"  "노래 뭐 눌러봐" 어쩌구 저쩌구 

여기가 캠핑장인지 싸구려 주점인지 모르게.. 정말 얼굴이 화끈거려서...

 

도저히 참다 참다 안되서 나도 나가고 사장님도 다시 오시고 해서 함께 가서 주의를 주는데..

 

아니 몇번을 제지를 해도 안 들어 처먹는 우리가 화를 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사이트 주인은 보이지가 않고 손님이라는 사람이 적반하장으로 뭐라고 한다고 완전 쌍욕을 하면서 연세 많으신 사장님께 대드는 것이었다. ㅎㅎ

 

그러면서 자기가 누군지 아냐고 자기가 그 유명한 목포 춘식이라며 ㅎㅎ 정말 드라마에서 보던 그런 레퍼토리로 싸구려 건달 비슷한 흉내를 내면서 죽여버린다는 둥 쑤셔버린다는 둥 다 불 싸질러 버린다는 둥 흉측한 소리를 내뱉는 것이다. ㅎㅎ 

 

사장님이 그 지역 XX은행 지점장까지 하다가 은퇴했기 때문에 주변에 아는 사람들도 많고 아는 경찰도 많고 그런데 어디서 되도 않는 협박인가.. 사장님하고 나하고는 그냥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고 말았는데.. 쌍욕을 자꾸 하니 사장님이 크게 한소리 하시고... 겨우겨우 자리를 파하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밤에 술쳐먹고 난리 친 사람들이 담날 아침에 어떻게 바뀌는지 정말 너무나 많이 봐왔기에 목포 춘식이는 과연 다음날 어떻게 할 건지 궁금했었는데...

 

사이트 주인이 구멍가게 대표인 모양인데 자기는 먼저 취해서 잠들어서 소동이 일어난지 몰랐다고 죄송하다고 하고.. 소란을 일으킨 춘식이 아저씨는 자기 회사 직원인 모양인데 자기가 주의를 많이 줬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하더라는...

 

그동안 무개념들 많이 봤는데 그날 역시 역대급 무개념이었다.

캠핑장 사이트에 도우미를 부른 사람도 처음이었고, 1시넘어서 노래 부르고, 뭐라 하니까 담궈버린다고 하는 사람도 처음이었다. ㅎ  근데 무섭지는 않았다. 기분이 나쁠 뿐이지. ㅎ

 

그 뒤로 카라반 주인은 가족들이랑만 몇 번 오다가 안 오다가 쪽팔렸는지 방 빼더라 ㅎㅎㅎ

 

 

 

 

 

EP2. 장박하다보면 별별 벌레들이 다

 

내가 일체형 텐트만을 고집하게 된 계기는 쥐와 벌레다.

일체형 텐트를 써도 문이 열린 사이에 온갖 벌레들이 들어와서 지들 집처럼 사는 게 텐트인데 바닥일체형이 아니라면 뭐 공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2-1 난로밑에 갇힌 새앙쥐

 

장박 초창기에 세 가구가 연합으로 캠핑을 했고 우리 집이 사랑방 역할을 했기에 텐트에 '점빵' 콘셉트로 요즘 말로 하면 작은 팬트리처럼 갖가지 과자 같은 것들을 놔두곤 했었다.

 

그래서 과자를 인터넷에서 박스로 사서 텐트에 한 1-2주 놔뒀었는데 과장 봉지가 갉아져 있는 걸 발견.

첨에는 집게벌레의 짓인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중 귀 밝은 지인이 태서 707 난로 기름통 밑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형님 여기서 뭐 갉는 것 같은 소리가 나는대요?"

 

그러면서 난로 밑을 살피는데 쥐가 나왔단다. @.@

난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쥐랑 바퀴벌레라 그냥 텐트 밖으로 도망치고 ㅎ

 

지인이 장작 집게를 가지고 쥐를 잡음 ㅎㄷㄷ

본 사람들 얘기로는 귀여운 새끼 쥐라는데 난 모르겠고 ㅎ

 

난로를 들어내보니 어떻게 하다가 그 밑에 갇히게 됐는진 모르겠는데 거기서 탈출하려고 매트를 갉아서 매트로 그 부분이 해져 있었다는. (참고로 태서 707이라는 난로는 엄청 큰 난로다. 캠핑용이 아니라 사무실이나 공장용 난로)

 

 

 

 

 

 

2-2. 얼굴에 뭐가 묻어서 털었더니 렁이

 

이건 우리 집 일이 아니고 그 쥐를 잡아준 지인 부부 일인데...

밤에 잠을 자다가 얼굴에 뭐가 기어 다니는거 같아서 손으로 잡아서 보니 애벌레 모양의 기어다니는 벌레였단다 @.@

 

우리끼린 그 벌레를 렁이(지렁이의 축소판처럼 생겨서)라고 불렀는데..

그 뒤로 각자들 텐트에 자그마한 구멍이라도 있으면 쿠킹호일을 돌돌 말아서 막는 작업을 했었다. ㅎ

 

지금도 장박 설치한 다음엔 쥐구멍과 렁이 구멍이라는 걸 제작하는데 ㅎㅎ 그게 뭐냐면 텐트를 지퍼로 체결하더라도 (윗지퍼, 아래 양옆지퍼) 약간 구멍이 뜨기 마련이다. 

 

우린 그것을 쥐구멍이라고 하고 거기를 꽉 껴서 틀을 없애주는 작은 비밀막대 같은 걸 만드는데 요즘은 뽁뽁이를 테이프로 감아서 작은 뼈다귀 모양으로 만들어 지퍼 사이에 놓고 지퍼를 잠가 틈을 막는다 ㅎㅎ

 

렁이 구멍은 쿠킹호일과 박스테이프로 스트링이 오가는 구멍이나 전선 구멍 같은 데를 막는 작업 ㅎㅎ

 

 

2-3. 장박 철수 시엔 청심환을 먹어야...

 

집게벌레는 많이들 보셨을 텐데 집게벌레 때문에 혼비백산하는 건 사실 장박 철수할 때다.

장박 철수할 때 방수포 들어내면 겨우내 살아남은 집게벌레들이 한가득 @.@

 

첨에 그걸 몰라서 무방비 상태로 봤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너무 강했는데..

그 뒤론 청심환을 먹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방수포와 마주한다.

 

집게벌레는 내 경험상으론 사이트가 좀 응지고 축축한 곳에 더 많았던 것 같다.

 

가끔 늦가을 초겨울에 캠핑하면서 옆텐트에서 "으악!" 소리가 나면 열에 아홉은 매트 위로 올라온 집게벌레 때문일 거다.

 

거미 같은 건 너무 귀엽다...

거미는 하나도 안 무섭고, 집게벌레 징그러...

 

예전에 엄청나게 큰 말벌이 하나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친 전기 모기채가 있어서 말벌을 가두고 전기를 눌렀는데 말벌이 얼마나 큰 지 1분을 넘게 눌렀는데도 죽지를 않더라... 

(죽이고 싶진 않았는데 그 상황에서 어찌할 수가 없었다..)

 

요즘엔 말벌이나 벌도 별로 무섭지 않고 뱀도 괜찮고 쥐와 집게가 너무 싫다.

언젠가는 산책 갔다가 사이트로 오는데 캠핑장에 뱀이 지나가고 있어서 나뭇가지로 건져서 산에 가서 놔주기도 했다.

 

뱀
나무가지로 건져서 산에 가서 놔준 뱀 녀석

 

 

EP3. 매주마다 제설작업, 귀촌체험 제대로

 

한 7~8년 전쯤 한 겨울에 눈이 주말마다 매주 왔던 적이 있었다. 

그때 다녔던 캠핑장 사이트는 구역마다 단이 달랐었는데, 좀 아래 단에 있던 사이트 한 3개 칠 수 있는 존이 있었다.

 

근데 사장님이 그 존은 차가 올라오기도 힘들고 햇볕도 안 들고 응져서 위험하다고 안내를 해줘서 사람들이 그쪽으로는 자리를 안 잡았었는데 우리는 그냥 하겠다고 ㅎㅎ

 

사실 우리가 그쪽에 자리를 잡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화장실도 멀고 햇볕도 안 들고 안 좋은 조건이 많지만 언제부턴가 장박지가 너무 다닥다닥 난민촌처럼 느껴져서 좀 조용한 곳에서 장박을 하고 싶어서였다.

 

다닥다닥 붙은 캠핑장에서 캠핑해보신 분들은 아실 것이다.

텐트 안에는 울리기 때문에 텐트끼리 가까이 있으면 옆 텐트에서 하는 말이 어렸을 적 실전화 하듯이 그냥 내 귀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처럼 잘 들린다. ㅎㅎ 

 

그래서 텐트가 바뀌지 않고 몇 달 같이 옆에서 장박 하면 그 집안의 걱정거리가 뭐고 뭐 하는 사람들이고 방귀 소리는 어떻고 시누이는 어떻고 다 알게 된다. ㅎㅎ

 

암튼 그래서 우리는 햇볕과 화장실과 안전함과 개수대를 포기하면서 조용함을 얻었다 ㅎㅎ

 

 

조용한사이트
우리밖에 없어서 정말 조용했던 사이트

 

근데 문제는 좀 외진 곳에 있고 우리 밖에 없다 보니 눈이 정말 매주 왔는데 제설작업 해달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그래서 우리가 제설작업을 직접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여기 캠핑장은 사장님 부부가 좀 젊은 편이었는데 암튼 우리가 먼저 여기는 저희가 치울게요~ 해서 뭐 그렇게 되긴 했는데 처음 1~2주는 뭐 설마 눈이 매주 올까?

그랬었는데 정말 눈이 매주 오는 것이었다 @.@

 

그때 나는 알았다.

시골살이가 낭만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내가 화장실에 갔다 오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그리고 설거지 한걸 가지고 언덕을 내려오면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눈이 쌓이기 전에 재깍재깍 눈을 치워줘야 한다는 것을!

 

그래도 완벽하게 눈을 치우진 못해서 항상 내려올 때는 약간 뛰듯이 ㅎㅎ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아예 뛰듯이 내려왔다.

(생각해 보니 그때만 해도 젊었다. 그렇게 뛰어서 내려왔다니...)

 

그리고 일요일 퇴실할 땐 차가 올라가야 하는데 ㅎㅎ 

흡사 멀리뛰기 선수가 도움닫기를 하듯이 최대한 차를 뒤쪽에서부터 출발해서 다다다다~ 달려서 ㅎㅎ 추진력을 얻어서! 그렇게 언덕을 올라갔었다.

 

그때 차 바꾸기 전이라서 연식이 오래된 차였는데 그대로 한 번도 말썽 일으키지 않고 거뜬하게 올라가 주었다.

정말 칭찬한다! ㅎㅎ

 

생활이 좀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밖에 없어서 밤에 보면 이렇게 이쁘기도 했다.

 

사이트야경

 

 

생각해 보면 그 조용했던 시절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오지에서 캠핑하지 않는 이상엔..

지금도 그때가 그리운데,, 금요일 저녁은 진짜 더 조용했다.

 

 

쓰다 보니 또 쓸데없이 길어져서 ㅎㅎ 장박 사건사고(1) 편은 여기까지 하고 다음 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즐거운 장박 되시길요~!